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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침투한 그루밍 성범죄…전문 수사 역량 키워야

등록 2024.07.20 06:00:00수정 2024.07.20 10: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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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학생 대상 성범죄 3년 연속 증가

피해 인식 못하게 만드는 '그루밍' 문제

"성인 대상 범죄와 다른 기준·접근 필요"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최근 대전시의 한 교사가 동성의 제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특성상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전문적인 수사역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 20대 교사 A씨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A씨가 지난해 9월부터 당시 중학교 3학년 제자였던 B양과 신체적 접촉을 포함한 부적절한 교제를 이어왔다는 의혹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A씨는 B양에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주변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만나는 게 좋아 보이지 않을 거 안다" "사랑한다는 말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나도 불가항력이어서 후회 안 한다" "내 인생에 나타나 줘서 아주 많이 사랑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전시의 학부모단체는 A씨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학부모연합회 등은 지난달 25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는 교육자 권위로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중학생에게 접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며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악용, 자기만족을 채운 아동학대이자 그루밍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며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처럼 사제관계를 악용한 성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조사한 결과, 초·중·고 교원(강사·코치 포함)이 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는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2019년 100건이었던 발생 건수는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이 중단된 2020년 52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59건 → 2022년 91건 → 2023년 111건으로 매해 늘어났다.

범죄 중 상당수는 그루밍 성범죄로 추정된다. 진 의원실이 각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에는 교사가 제자와 교제한 사례, 학생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사례, 교사가 학생에게 옷, 음식을 사주겠다고 하고 손을 만진 사례 등이 포함됐다.

그루밍 성범죄는 설령 가해자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에게 접근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밥을 먹자' '영화를 보자'는 식이었다면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성범죄보다 전문적인 혐의 입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미 정서적인 지배를 당했거나, 보복이 두려운 경우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며 "피해 아동의 심리를 꿰뚫고 진실한 진술을 유도할 수 있는 전문 수사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나 처벌 단계에서 그루밍 성범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의 변호사는 "아동들은 적극적인 저항을 하기가 어려운 만큼 '가해자를 왜 또 만났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성인 대상 범죄와는 현저히 다른 기준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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